토요일 점심, 집에서 식사를 마치고는, 리더모임을 하려고 교회로 나섰다. 세상이 변했다. 언제 강추위였나 싶게, 언제 눈발이 날렸나 싶게 낮볕이 화창하다. 온도를 확인해보니 영상 8도... 여기저기 뭉쳐놓았던 눈 괴물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말 그대로 이른 봄 같다.
분명 소한(小寒)이라고 들었는데, 이젠 절기도 틀리나 보다. 삼한사온이 일한일온(일주일 따뜻하고 일주일 추운 날씨)으로 바뀌면서 소한이 입춘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거리 곳곳엔 사람들로 북적인다.
문을 열고 예배당으로 들어선다. 뭔가 모를 따스한 기운... 날씨 탓이라고 하기엔 뭔가 다른 변화가 감지된다. 물어 보기가 애매해서 그냥 지나쳤다. 그렇게 모임을 하고 회의를 했다.
잠시 후 권사님 한 분이 카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셨다. 돌아보니 두 손 가득 쟁반 위에 컵 다섯이 놓여 있다. “이게 뭐예요?” “네, 권사님들이 다리신 차요.” 그렇게 쟁반을 받아 들었다. 향이 미쳤다. 마시기도 전에 이미 끝났다.
“특새 때 쓰시려고 여태껏 끓이셨데요.” 찻물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쌉쌀한 기운이 식도를 훓는다. ‘와아, 도대체 뭘 넣으신 거지?’ 회의를 마치고 급히 주방으로 향했다. 권사님들 얼굴도 봬야 했지만, 비법 레시피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권사님, 차가 맛나요. 뭘 넣고 끓이신 거예요” “몸에 좋은 거 이것저것요. 그중 생강을 제일 많이 들어갔어요.” 원래는 가지고 계신 생강으로 만들려 하셨다. 그런데 그걸로는 부족한 것 같아, 이리저리 전화를 넣어 생강을 모으셨다. 그렇게 탄생한 차가 이것이다. 몇 시간을 공들인 흔적... 말 그대로 메이드 인 삼일... 특급 수제차다.
“특새 때 성도들이 좋아해야 할텐데요.” “금방 동날 것 같은데요? 저 한잔 더 주세요.” 그렇게 물배가 불룩해졌다. 점점 속이 뜨거워진다. 마음이 훈훈해진다. 이번 특새는 이미 성공이다. 좋은 차를 대접하려는 좋은 마음, 은혜를 사모하는 따뜻한 마음이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목사는 따스함을 먹고 산다. 그래서 이럴 때가 제일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