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내렸다. 감당할 수준 이상으로 내렸다. 분명 새벽까지 비 내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온통 세상이 하얘졌다. 하필이면 오늘이 올해 마지막 리더모임... 조금 떨어진 곳에 가서 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틀려버렸다. 근처 식당 가기도 버거울 만큼 길이 미끄럽다. 그러나 역시 리더는 리더다. 빠짐없이 전원 참석!

스타렉스 시동을 걸고, 윈도우에 소복이 쌓인 눈을 치우고, 악셀을 밟아 전진해 본다.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핸들을 조금만 돌려도 곧 차가 춤을 춘다. 어쩔 수 없다. 이제 거북이 모드... 그렇게 1km가량을 움직였다. 급기야 거북이에서 달팽이로 바뀌어 버렸다.

“먼저 내리셔야 할 거 같아요. 아무래도 오래 걸리겠는데요.” 식당을 500m 앞에 두고 차에서 내렸다. 스프레이 체인을 뿌리고 엉금엉금 기어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런 날 누가 식당에 오겠어?’

아니었다. 식당은 발 딛을 틈이 없다. 겨우 자리를 잡았다.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어떤 분들이 오셨는지 살펴보았다. 가족들, 그리고 송년 모임... “다들 대단하세요. 이런 날씨에도 외식을 나오시네요.”

아마 일이라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사역이라도 그러기 힘들었을 것이다. 눈만큼 좋은 핑곗거리는 없다. 더구나 이렇게 한없이 내리는 눈이라면 더더욱... 어디 눈뿐이겠는가? 우리의 사기, 용기, 그리고 사명을 가로막는 반가운 이유들이 얼마나 많은가? 얼마나 적절한가?

하지만 누군가는 눈을 뚫고 온다. 이유를 불문하고 움직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눈을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눈을 갈망이라고 한다. 갈망하는 눈은 뜨겁다. 모든 눈이 두렵지 않을 만큼...

“목사님, 저는 여기 오는 데 두 시간이 걸렸어요.” “대단하세요. 어떻게 그렇게 하셨어요.” 뜨거운 눈... 우리에게도 있었다. 내년엔 더 많은 분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아예 눈이 멈췄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