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위에 마약과 관련된 음식점 이름이 늘었다. 내 기억으로는 김밥이 먼저가 아닌가 싶다. 작은 김밥을 떡볶이 소스에 찍어 먹으면 나도 모르게 몇 줄을 흡입해버린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그 맛이 생각나 다시 그 집을 찾는다.

그만큼 맛있다는 말이고, 중독성이 있다는 뜻이다. 손님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이만한 이름도 없다. 그렇게 늘어난 마약OOO가게가 전국 18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제 끝났다. 지난 8일 마약 관련 용어를 식품에 표시하지 못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약에 대한 거부감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올해 마약사범이 22,000명이 넘었다. 역대 최대... 그것도 성별, 연령, 직업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퍼져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청정국가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국제우편이 확대되면서 사회 곳곳에 검은 유혹이 드리워졌다. 이번 법안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듯하다. 그런데 질문한다. 정말 이렇게 한다고 마약범죄가 줄어들까?

나는 마약중독자를 만난 경험이 있다. 심지어 우리 부서 학생이 마약을 하고 나타난 적도 있다. 자세한 얘기는 밝힐 수 없지만 섬뜩했다. 그날 자칫하면 교회에 큰 사고가 날뻔했다. 아이를 잘 다독여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상황정리 후 두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아버렸다.

그 아이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편이 답답하다. 호기심에 찬 만용이 아니었다. 가정문제였고 학교문제였다. 돌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는 내 자신이 참 야속하기만 했다.

미국에서의 경험이었다. 문제는 그때와 비슷한 악취가 우리 주위에 풍긴다는 것이다. 내 경험으론 마약은 항상 음지에 싹텄다. 진짜 바꿀 것이 이름이 아닌데... 음지를 양지로 바꾸는 따뜻한 온기인데... 성탄을 앞두고 더 추워지고 어두워지는 건 왜일까? 마음이 참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