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코리안시리즈의 열기가 사그라들 즈음, 지난 21일 중국에서는 한국과의 2026 월드컵 2차 예선전이 벌어졌다. 입장권 판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4만여 장의 티켓이 동이 났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경기에 진심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경기장은 온통 빨간색으로 뒤덮였다.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중국팀이 승리가 결정된 듯 짜요!의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곧 눈살 찌푸리는 일이 벌어졌다. 애국가가 연주될 때 관중들의 야유가 시작되었다. 아무리 흥분한 상태라고 해도 예의는 아니었다. 경기장은 전투를 방불케 하는 무언가로 사로잡혀 가는 듯했다.
그리고 킥오프! 기세등등한 중국선수들의 거친 압박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반 11분, 손흥민 선수의 페널티킥이 들어갔다. 이후 경기는 걷잡을 수 없는 소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한국 선수들을 향해 레이저빔을 쏘는가 하면, 야유와 욕설로 경기장을 채웠다.
결국 3:0 한국의 일방적인 승리... 소란하던 경기장이 고요해졌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중국 관중들의 무서운 뒤끝이 시작되었다. 자국팀에 대한 원망, 상대팀에 대한 분노, 심지어 한국 스타플레이어의 옷을 입은 축구팬에게 오물을 던지며 반역자라고 소리쳤다. 인터넷은 입에 담기 힘든 선동들로 도배되었다. 말 그대로 혐오의 아수라...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모습이 별로 낯설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위에는 정치를 가장한 말도 안 되는 혐오와 대립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로 뵈면 모두 평범한 분들일 텐데, 그토록 험한 말과 행동을 쏟아놓은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확실한 것은 누군가는 이 소란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멈춤버튼은 바로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우리로부터 시작되는 선한 말, 좋은 말, 위로의 말이 혐오의 불길을 멈출 수 있다. 큰 세상의 변화는 작은 세상으로부터 시작되니까... 성찬식을 앞두고 생각이 많다. 주님이 남기신 성찬의 의미가 다시금 새로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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