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어제는 급기야 얼음을 보았다. 매년 찾아오는 추위지만, 올해 유독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가을이 따뜻했기 때문이다. 일교차가 10도가 넘는다. 집안 공기는 사막처럼 메마르다.

장롱을 열었다. 오리털 파카에 거위털 목도리까지... 갑자기 조류와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추수감사절이 다가왔다.

1여전도회에서는 떡과 쌀을, 뜻이 있는 분들이 과일과 채소를, 그리고 2ㆍ3여전도회에서는 강단에 놓을 화분을 준비하셨다. “목사님, 어떤 화분이 좋으세요?” “난보다 그게 어떨까요? 크리스마스 화분이요.” 이름을 몰라 찾아봤더니 “포인세티아”란다. 추수감사절 마치고 성탄절까지 쭉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권사님들께서 멋진 화분 두 개를 준비해주셨다. 새벽에 보니 벌써 성탄절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들떴다. 그런데 다음 날, 전도사님께 연락이 왔다. “목사님, 큰일 났어요. 화분이 벌써 시들기 시작했어요.”

급히 교회로 왔다. 전도사님 말대로였다. 생기가 없이 축 늘어진 잎사귀... 머리가 복잡해졌다. 잘못하면 추수감사주일까지도 못 버틸 듯하다. 검색 끝에 알게 된 사실... 포인세티아는 추위에 약하단다. 그럼에도 성탄절에 애용되는 이유는 단순히 잎사귀가 빨갛기 때문이었다.

“난방기 온도를 올려보죠. 습기도 체크해보구요.” 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해본다. 그러나 별 반응이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침저녁마다 잎사귀를 어루만지며 축복기도를 했다. “하나님, 이 식물을 축복합니다. 생기를 주시고, 감사절까지 잘 버텨내게 해주세요.” 혹시라도 성도들이 볼까 봐 조용히... 아닌 척... 그러나 간절히 축복했다.

“목사님, 화분이 살아났어요.” “할렐루야네요. 기도했는데...” “이사하면서 몸살을 앓았나 봐요.” “그러게요. 고맙네요. 잘 버텨줘서...” 이제야 한숨 돌린다. 감사할 제목이 하나 더 생겼다. 잎사귀를 다시 쓰다듬는다. ‘하나님 우리 성도들도 이렇게 살아나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