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리 교회에서 사역하시던 교역자 한분이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저는 나중에 목회할 때 새벽기도회 안 하려고요.” 일주일에 한 번씩 새벽 강단을 담당하라는 요청을 단호히 거절한 것이다.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담임인데 일체 고려 없이 단번에 거절한 것이 놀라웠다. 뿐만 아니라 그래도 한국교회의 전통이자 자랑인 새벽기도에 대해 그렇게 단호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물론 새벽기도에 대해 부담을 갖지 않는 목사는 없을 것이다. 8년 넘게 새벽 강단을 지켜왔지만 지금도 나는 어렵다. 더구나 기도의 자리를 지키는 성도들이 점점 사라지는 요즘, 밤마다 말씀을 준비하며 강단에 설 때면 가끔씩 사기가 꺾일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새벽기도폐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있다. 아니면 저녁기도로 대체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농경문화에서 파생된 새벽예배를 21세기에도 유지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특히 밤 문화가 크게 자리 잡은 지금, 굳이 새벽에 모인다는 것은 시대에 걸맞지 않은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이 있다. 새벽이 무너지면 일상이 무너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기도하지 않으면 아예 기도를 놓쳐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율적으로 경건의 시간을 마련하는 분들도 있다. 대단한 분들이다. 그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휴가 때 며칠 새벽기도를 멈추면 육신은 편하지만, 영혼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지금은 해야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면 좋으니까 한다.

새벽공기가 차다. 핸드폰을 보니 “5:55 AM, -3℃” 오늘은 몇 분 이서 단출히 예배를 드리겠다 싶었다... 아니었다. 추위를 이기고 새벽에 엎드리신 성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고마웠다. 갑자기 힘이 났다. 오늘은 이분들을 위해서 특별히 더 세게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