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교인은 없다. 교인은 만들어진 것이다. 부르시고 건지시고 세우시는 하나님의 작품이다. 교인이 된다는 것은 교회가 되는 것이다. OO교회 집사 권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 형제자매가 되는 것이다. 고향도 다르고 성향, 취향도 다른 사람들이 한 교회가 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주님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는 기적이다.

하지만 이 기적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거나, 오병이어로 오천 명을 먹이는 것이 쉽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한 인격이 다른 인격을 만나 한 몸을 이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를 위해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과정은 힘들다. 오래다. 함께 사계절을 지내야 하고, 생사고락을 견뎌야 한다. 그래서 교회를 위해 성령님이 하시는 가장 큰 일은 포기하지 않게 하시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한 교회가 되어갈 때 쌓이는 것이 있다. 바로 “거룩한 추억”이다.

지난 주 2여전도회 회원들과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오랜만이었다. 공휴일이라 붐빌 거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수월했다. 두 시간 남짓 차를 타고 충주 한 동굴에 도착했다. 예전 옥을 캐던 광산이라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끼며 활기찬 시간을 보냈다.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미친 듯이 밤톨을 주우며 하루가 다 가버렸다.

올라오는 길, 차가 막혔다. 날이 어두워졌다. 말수가 점점 줄어든다. 서로 어깨를 의지하며 졸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참 좋았다. 아마 잘 모르실 거다. 여기까지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우리 어머니들은 교회의 아픔이 있으신 분들이다. 그래서 참 조심스러웠다. 아픔이 봉합되고 기쁨이 자리 잡기를 오랫동안 기도했다. 그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주님께서는 그렇게 오늘의 추억을 만들고 계셨던 것이다.

이제 가을이다. 추수의 계절... 하나님께서 주실 또 다른 열매를 기대해본다. 그 기대로 오늘을 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