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인들에게 듣는 얘기 중 제일 기분 좋은 얘기는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이다. 목사가 하는 일 중 제일 중요한 일이 은혜 받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 말을 듣고 나면 왠지 뿌듯해진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신경 쓰이고 고민되는 것이 바로 설교다. 그렇다. 다른 목사님들은 어떠실지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설교가 어렵다. 설교를 시작한 지 어언 20년, 우리 교회에 와서만 주일설교 500여 편을 했는데 아직까지 강단이 두렵다. 괴롭다.
뭘 그렇게까지 부담을 갖느냐고 의아해하실 수 있다. 어차피 다 아는 사이에 편안한 마음으로 해도 된다고 말씀하실 수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다. 설교 준비가 잘 된 날도 죽을 쓰고 내려온 적이 있다. 반면 설교 준비가 완전하지 않아 떨리는 마음으로 섰는데 은혜를 경험한 적도 많다. 그래서 내게 설교 준비는 강단에서 내려온 후부터 오르기 직전까지이다. 애초에 설교문 최종본이란 내게 없다.
설교는 내게 벅찬 노동이다. 주일, 새벽, 수요강단을 감당하는 것만으로 버겁다. 그래서 새로운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 자칫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 그걸 시작했다. 올해 특새나 부흥회가 없기에 수요특별기도회를 만들게 되었다. 7주간의 특수,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이다. 하지만 기획단계부터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의무가 아닌 의미가 되기 위해 마음을 챙겨야 했다.
기도회 첫날, 하필 제일 민감한 돈 얘기로 시작했다. 주님이 주신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다. 잘해도 본전밖에 안 되는 말씀... 당연히 부담되었다. 주님께 여쭸다. “어떻게 전할까요?” 지혜를 주셨다. 교인들에게 내 돈을 나눠줬다. 단돈 천 원에 담긴 큰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 돌아가시는 성도들의 얼굴이 밝다. 은혜 때문인지 돈 때문이지 모르지만, 웃는 모습에 나도 웃는다. 그래, 나는 돈 나눠주는 목사다. 교인들 은혜받는다면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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