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시도였다. 추석 명절 상차림을 하지 않고 현지, 그러니까 의정부에서 자급자족하기로 결정했다. 형수님들과 아내가 이미 나이 오십이 넘었고, 앞으로의 명절이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내린 결정이었다. 물론 부모님의 넓은 아량이 있었다. 무엇보다 목표가 같았다. “모두 함께 즐거운 명절!”
먼저 메뉴와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추석 전날은 바비큐, 추석 당일은 외식... 식당 찾기는 당연히 내 임무가 되었다. 여기저기를 살핀 결과 최종선택지는 브런치 카페... 형수님은 마음이 좀 그러셨는지 부모님 드실 추석 음식들을 조금씩 준비해오셨다.^^;;
고기는 맛났다. 브런치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가족 간에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좋았다. 전 부치는 시간이 사라지니 얘기할 시간이 생겼다. 바비큐를 같이 준비하니 서로 웃을 일이 생겼다. 심지어 식사 후 같이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
“어머니, 어떠셨어요?” “이게 훨씬 낫네. 여유롭고...” “아버지는요?” “다음도 이렇게 하자.” 일단 모두 만족! 순간 지난 명절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굳은 얼굴, 어색한 농담, 부담스러운 식사, 그리고 침묵의 TV 보기... 대부분 가정이 경험하는 그렇고 그런 명절 풍경...
말은 없지만 많은 말들이 오가고, 스트레스 주는 사람은 없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가는 그런 비생산적 명절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원하는 것은 행복일 텐데, 푸짐한 식탁이 행복한 식탁을 빼앗았다.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이 신앙생활에도 많은 것 같다. 봉사는 어떨까? 전도회 활동은 어떨까? 그리고 예배는 어떨까? 잃어버린 기쁨을 되찾기 위해서 이제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무엇이 정말 중요한가? 이것을 왜 해야 할까?” 거기에 하나님이 있고, 영혼이 있고, 사랑이 있으면 그만이다. 이게 없으니 어려운 것이다.
올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다. 남은 시간, 삼일가족 모두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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