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얼굴이 많이 부으셨어요.” “얼굴이 많이 타셨어요.” “피부가 푸석푸석해지셨어요.” 레바논을 다녀온 후 주위 분들에게 이런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잘 다녀오셨는지, 고생하지는 않았는지, 어려운 일은 없었는지 궁금해하시는 성도들의 따뜻한 관심의 표현이다.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감사하기도 하고 또 미안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부은 게 아니라 살찐 거고, 쉽게 지내느라 피부 관리를 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 오십에 단기선교여행... 그것도 2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여행 적색경보가 발령된 국가라 적잖이 긴장도 되었다. 또한 팀원들이 연세가 있으셔서 걱정도 되었다. 체력이 달리고, 일정이 빡빡하고, 오고 가는 길이 고되기는 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참 좋았다.”

무엇이 좋았냐고 물어본다면 첫째로 자연이 참 좋았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풍광을 감탄하며 감상했다. 둘째로 사역이 참 좋았다. 선교사님들의 노력 덕분에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경험하고 왔다. 특별히 현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시리아 난민 회심자에게 세례를 준 것은 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영혼들을 만난 것이다. 가난한 영혼, 목마른 영혼, 지치고 상한 영혼들을 만나고 섬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들의 애환과 고난의 일상을 함께 할수록 하나님의 안타까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역자에게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역의 기쁨은 성공이나 돈이 아니라 영혼이고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관리를 잠시 놓았다. 피부관리는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귀국해서 애를 먹고 있지만 후회는 없다. 마음이 건강해졌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우리 성도들과 함께 레바논에 가고 싶다. 거기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고 싶다. 헤아림 없이 같이 웃고 싶다. 우리는 원래 그런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