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자를 좋아한다. 덕분에 여러 후유증을 안고 살지만, 그래도 과자는 내게 끊을 수 없는 운명이다. 나이가 들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입맛은 여전히 초딩 수준... 설교준비로 늦게까지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과자 한 봉지가 책상에 놓여 있다.

물론 건강을 생각하여 양을 줄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욕망이 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과자는 옛날 과자다. 힘들게 살던 시절의 기억이 남아서일까? 어쨌든 그때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이면 한풀이 하듯 OO깡, O소라 등을 사모둔다.

뿐만 아니라 새 과자를 향한 관심도 남 못지않다. 요즘 과자는 자극적인 맛이 대세이지만-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가끔 취향에 맞는 과자가 나오면 열심히 추종한다. 얼마 전부터 내가 관심을 갖게 된 신상이 있다. 바로 농O사에서 나온 먹태O...

지난 6월에 출시된 이 과자는 농O사의 6번째 깡시리즈이다. 과자계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새우O의 정식 후속작으로 알려졌는데, 나오자마자 대박을 터트렸다. 일주일도 안 돼서 70만 봉이 팔렸다. 공급량이 부족하여 찾기가 어려웠다.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

반포기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별이 가슴에 떨어졌다. 귀한 청년을 통해 그 귀한 과자를 얻었기 때문이다. “예지야! 이거 봐라!” “와아~ 아빠 대박!” 한심한 듯 아내가 쳐다보고 있다. ‘맞아, 내가 목사였지...’

마치 예배드리듯 경건하게 봉지를 연다. 그리고 예지 하나, 나 하나, 아내 하나... “그냥 그런데?” “엄마, 마요네즈에 찍어 먹어야 돼.” 그렇게 한 봉지를 나눴다. 나의 식후감상... Not bad, but 구관이 명관...

갑자기 반성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예배를 준비했으면;;; 과자 한 봉지가 이렇게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없던 열심까지 짜내게 하는데... 이상한 전개 같지만 뭔가 모를 죄송함이 생각을 뒤엎었다. 빈 봉투를 접는다. 내 마음도 접는다. 그래, 오늘은 더 열심히 예배를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