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일 목사가 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 뜬금없는 질문일지 모르나 가끔씩 내 자신에게 물어보는 말이다. 모태신앙, 교회학교 올출석, 6대째 기독교집안, 순교자가문... 다른 교우들이 부러워할만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나 정작 믿음이 시작된 것은 대학교 이후다. 이전에 나의 신앙은 표면적이었다. 삶의 목적도 불분명했다.

하지만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이후에도 신앙생활이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좌충우돌하는 성격 탓에 여러 번 롤러코스터를 탔다. 영적으로 민감한 은혜의 시기가 있었는가 하면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진 군대 시절도 있었다. 나는 정말 나를 믿지 못했다. 언제 좋았다가 갑자기 망가질 수 있는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신앙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든 것은 삼십이 넘은 이후다. 중국선교를 떠난 후 나는 비로소 하나님과 동행한다는 것이 뭔지를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숙소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잠을 잤다. 밤이 길고 외로웠다. 열심히 사역하다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 호소할 사람도 위로해 줄 누군가도 옆에 없었다.

어쩌면 고독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는 시기... 하지만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 사막이 강으로 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예수님과 동행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잘 들리지 않으나 들으려 했고 잘 알 수 없으나 따르려 했다. 돌이켜 보면 목마름이 능력이었고 희망이었다.

귀국한 후 신대원에 입학하고 CCM음반을 내고 또 교회사역을 시작했다. 사역의 외관은 넓어지고 궤적은 확장되다. 하지만 정작 마음이 점점 작아졌다.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여 상처받고 평안을 잃게 된 것이다.

쉴 곳 없는 마음을 붙들어 준 것은 잠시 잠깐의 묵상이었다. 눈을 감고 하늘을 보는 시간이었다. 신대원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보며 넋두리하듯 기도했다. 사역에 지칠 때면 노트북을 접고 산책을 하며 말씀을 곱씹었다. 그것은 내게 허락된 10분의 기적이었다. 매일묵상의 힘이었다. 그 10분이 나를 목사로 만들었다.

교우들과 함께 그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낯설 수도 있고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누렸던 10분의 기적을 모두와 나누고 싶다. 진심으로 모든 교우들에게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