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휴가를 떠날 줄 몰랐다. 네 가족이 모두 함께, 같은 차를 타고, 꼬박 나흘 동안, 남쪽 바다를 누비며... 장인어른께서 갑작스럽게 쓰러지시는 바람에 미국에 있는 아들내미가 소환되었다. 다행히 일어나셔서 기운을 차리셨지만, 가족 모두 놀랐다. 많이 기도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웃으며 식사하는 아들의 모습에 뭔가 모를 안도감이 밀려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물었다. “요셉아, 너 이번에 어디 가고 싶니?” 대답이 없다. 먹고 싶은 것은 많아도 가고 싶은 곳은 별로 없나 보다. “그냥 거기 갈까? 너랑 나랑 가고 싶었잖아.”

목적지가 정해졌다. 우리나라 땅끝, 나로우주센터... 근처 숙박시설을 찾다가 가격이 만만치 않아 시내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를 빌렸다. 이때 갑자기 예지가 끼어들었다. “아빠, 나는 부산 가고 싶어.”

“거기까지는 무리인데...” “그래도 부산 갈거야.” 딸내미의 강한 요청(?)에 일정이 늘어난다. 한 마디로 남해일주... 나로도까지 5시간, 부산까지 4시간, 서울까지 6시간...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월요일 아침, 곤히 자는 아들을 깨웠다. “어여, 짐 챙겨. 바로 출발이야.” 차 안에서 애들끼리 신났다. 이렇게까지 정다운 남매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죽이 딱딱 맞았다. 그리고 도착한 나로도... 로켓 엔진 앞에서 한 컷, 멀리 발사대를 뒤로 하고 한 컷, 그리고 여수 밤바다에서 노래 한번 같이 부르고, 남해도로를 타고 부산에 향했다.

그렇게 사흘 후, 익숙하지만 잊어버렸던 장면이 다시 시작된다. “이거 니가 했잖아.” “아냐, 오빠가 먼저 그랬어.” “니가 치워.” “엄마가 오빠 시켰잖아.” “왜 내꺼 안 남겨 놓고 다 먹었어?” “니가 잤잖아.”

일상이란 이런 것이다. 보고 싶다던 오빠와 동생이 다시 만나 이렇게 다투는 것이다. 그립지만 막상 다가오면 불편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마음에 남는다. 가슴 한편을 아린다. 일상의 꼬리가 길어서 그런가 보다.

곧 여름이 간다. 그리고 아들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