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출근 후 교회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았다. 잠시 후 전도사님과 함께 심방을 나선다. 차내 온도 44℃... 목까지 턱턱 숨이 막힌다. 에어컨을 끝까지 올린다. 기별이 없다. 차라리 창문을 열면 어떨까 싶다. 소용 없다. 그 바람이 이 바람일 뿐...

더위를 식히려 찬물을 마신다. 그것도 시원찮아 얼음을 씹는다. 어느덧 얼음 한판은 다 먹었다. 이가 아프다. 갑자기 떠오르는 얼굴들... “장로님, 좀 어떠셔요? 덥지 않으세요?” “권사님, 차라리 교회에 와계세요.”

아직도 8월 첫 주다. 더위가 가시려면 한참 남았다. 한반도로 올라오던 태풍은 중간에서 멈춰버렸다. 마음속에 드는 생각... ‘이러다가 지구가 증발해버리는 거 아니야?’

교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조심하셔야겠어요. 의정부에도 나타난데요.” 뭔 말씀인가 싶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이코패스가, 조현병 환자가 칼을 들었다. 지나는 행인들이 이 칼에 쓰러졌다. 제자는 선생을 찌르고, 밑집은 윗집을 때린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비슷한 범행을 예고하는 광폭한 쪽지들이 공개되었다. ‘이게 우리나라가 맞아?’ 험한 소식에 놀라신 몇몇 교인들에게 전화를 한다. “별일 없을 거예요. 너무 걱정마세요.”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런 날이 올 것을... 단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그 일이 내 일이 될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렇게 막 썼다. 내비뒀다. 나 살기에 바빴다. 더구나 비참한 전조들이 나타나는 지금, 암담한 것은 우리는 아직도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진짜 망가진 것은 지구가 아니다. 그들도 아니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온, 그래서 내일을 전혀 대비하지 않은 우리일지 모르겠다. 목사로써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는 것은 이 상황에 한 발짝 더 깊이 개입된 것 같기 때문이다. 교회의 반대말이 무관심이며 방치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려야겠다. 기도하고 다시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