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가까운 성도들과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내게는 몇 가지 흥미로운 구상이 있는데 첫 번째는 시베리아 선교카페다. 굳이 시베리아인 이유는 내가 가본 곳 중 가장 춥고 외졌기 때문이다. 복음이 닿지 않은 미답지에 가서 카페를 차리고, 예수 전하고 현지 사역자들을 돕고 싶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전쟁이 일어났다ㅠㅠ;;

그리고 다음 구상을 시작했다. 바로 시골 읍내 카페점원이다.(사장은 아내^^;;) 지방에서 사역하는 친구를 방문했다가 문 닫는 시골교회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얼마 안 되는 교인, 그것도 고령... 자립은 애초에 어려운 교회... 친구에게 제안했다. 은퇴하고 선교회를 만들자고... 2-3교회씩 맡고 순회설교자로 사역하자고 말했었다. 친구는 그냥 웃었다.

도시에서만 살아온 시골 촌놈이라 농사는 힘들 거고, 읍내에 작은 카페를 만들어 운영비는 충당하고, 마을주민들과 소통하며 복음을 전하면 의미 있는 마무리일 듯했다. 아내에게 말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라고... 그랬더니 아내 왈 “왜 본인 꿈을 나한테 덮어씌워? 뭘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해.” 맞다. 틀린 말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생각을 멈추지 않는 이유가 있다. 누군가 말했다. 사람은 항상 마지막을 생각해야 한다고...

“메멘토 모리”는 오늘이 전부인 것같이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지혜의 외침이다. 인생은 어쨌든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열심히 사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면 문제다. 결국 우리는 두 가지를 해내야 한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내게 맡겨진 소명을 잘 감당하는 것...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다음 세대를 축복하며 은혜롭게 퇴장하는 것...

오늘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있다. 몇 달 동안 준비한 임직식... 사실 오늘 주인공은 은퇴 권사님들이다. 그리고 여러 제약으로 함께 서진 못했지만 이 자리를 함께 하실 고마운 분들이 있다. 고생 많으셨다. 말 못 할 일도 많이 겪으셨다. 그러나 잘 이겨내셨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신다. 마음이 뿌듯하다. 한편으론 아프다. 그래서 참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