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소금 사셨어요?” 살림을 하지 않는 내가 요즘 이런 질문을 받는 이유를 모두 아실 거다. 사실상 시작된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이와 연관된 식자재들의 오름세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만원 하던 소금이 7만원이 넘어섰다. 말 그대로 폭등이다.

지난 달 발표된 환경운동연합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85.4%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실제적인 영향권에 속한 제주도나 남해 같은 경우 어민들의 생존권과 맞물려서 여기저기서 반대 운동들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들은 오염수냐 처리수냐를 가지고 말다툼을 하는가 하면, 처리된 오염수를 마실 수 있겠냐는 대정부 질문으로 시끄러웠다. 야당에서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입장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의했다. 정부는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한 탓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

어떻게 정리될지는 예측할 수 없으나,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단순히 방류 문제뿐 아니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해양방사능 조사, 피해 어민 보상까지 맞물려 어려운 난제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밥상의 먹거리들이 점점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기초적인 물부터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세상은 옛날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안에 이미 의심과 불신, 그리고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고민하다가 소금 한 포대를 주문했다. 김장을 하진 않지만, 교인들에게 가끔 선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단순히 천일염 한 봉지가 아니라, 평안과 격려를 담은 마음이면 어떨까 하는 오지랖이었다.

목사라 그런지 몰라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교회가 세상의 소금인데... 우리가 오염되면 안 되는데... 나는 깨끗한 소금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대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아직 멀었나 보다. 소금이 배달될 때까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 어쩌면 이 고민이 신앙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