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시 23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새벽예배를 마친 후 휴대폰에서 뜬금없이 긴급알람이 울렸다.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문자를 확인했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아이는 집에서 잔다. 아내는 교회에서 기도한다. 먼저 예지를 깨우는 게 맞다 싶어 걸음을 옮긴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방송을 튼다. 정규방송 위로 올라온 속보 자막... “북 오전 6시 25분 동창리서 우주발사체 발사”
사실 며칠 전부터 북한은 공식적으로 군사위성 발사를 통보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쏘아 올릴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갑자기 경계경보를 발령할지도 몰랐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참 많은 일이 일어나 버렸다. 당황스럽다는 말이 이 상황에 딱 어울리는 듯...
십분도 안 되어 다시 사이렌이 울린다.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 자세히 살펴보니 발신지가 달랐다. 서울시는 깨우고 행정안전부는 재운다. 도대체 이 나라에는 몇 개의 정부가 있는 건지... 당황이 황당으로 바뀌고, 황당은 화냄으로 변한다. 얼마 후 당사자들의 해명과 사과가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말 그대로 어설픈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확실해진 것이 있었다. 어디에도 갈 곳이 없다. 경보가 울려도 당장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막막했다. 대피소를 알려주는 사이트와 앱마저 마비돼버렸다.
침대 위에 가만히 앉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리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말씀 한 구절,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건지시는 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요 내가 그 안에 피할 나의 바위시요 나의 방패시요 나의 구원의 뿔이시요 나의 산성이시로다(시 18:2)”
목회 20년에 배운 것이라곤 믿을 건 주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람 믿다가 상황 믿다가 여러 번 코가 깨졌다. 등에 꽂혔다. 그리고 결정했다. 주님만 의지하기로... 오늘처럼 이렇게 당황스러울 때면 더 확실해진다. 갈 곳은 없지만 주님이 계신다. 삼일가족에게 이 말만은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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