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채널마다 빠지지 않고 편성되는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음악경연을 소재로 한 방송이다. 기성가수들이 얼굴에 가면을 쓰고 정체를 감추며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일반인 노래고수를 발굴하여 유명가수와 맞대결을 시킨다.

이 같은 음악경연은 오디션프로그램에 식상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대상이 누구일지 추측하며 흥미를 얻거나 아마추어 가수가 프로가수를 이기는 것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음악경연방송이 주는 즐거움은 상상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는 가수들의 역량 때문이다. 긴장과 압박을 이겨내고 완전히 노래에 몰입하여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어내는 가수들의 열정은 감탄을 넘어선 충격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이런 무대를 만들 수 있을까? 물론 타고난 재능과 끼가 필요하다. 하지만 천부적 자질보다 더 필요한 능력이 있다. 바로 ‘끈질김’이다. 이들의 무대에 대한 몰입도는 집요하리만큼 끈질기다. 같은 노래를 수백 번 연습하고 목소리를 다듬고 감정을 집어삼킨다. 노래 한 소절에 삶을 담고 혼을 싣기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운다. 심지어 공연이 끝난 후에도 감정에 깊이 빠진 나머지 한참동안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가수도 있었다. 그저 대중예술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억울한 열정이다.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 (고전 2:2)

내가 어릴 적 한국교인의 별명은 ‘예수쟁이’였다. 별명이라기보다 조롱에 가까운 호칭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예수쟁이’라 부른 이유는 말 그대로 예수님 밖에 몰랐기 때문이다. 주 예수보다도 귀한 것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무식함마저 느껴지는 신앙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예수쟁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부끄럽고 불편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그 이름이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창립 30주년을 준비하며 우리 교우들이 ‘예수쟁이 신앙’의 순수한 열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