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정부에서는 의미 있는 발표를 했다. 여러 이견 가운데 추진된 한일정상회담이나. MZ들의 반대를 무릅쓴 근로시간 개편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관한 발표였다.

햇수로는 3년, 실제로는 2년 5개월 만의 일이다. 30년 같은 3년이었다.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매일 같이 확진자 수, 사망자 숫자를 확인했다. 자가격리, 온라인수업, 재택근무 같은 낯선 상황들이 벌어졌다.

그러나 우리의 지난 3년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마스크”일 것이다. 마스크 없이 집 밖을 나설 수 없었다. 제 2의 피부가 된 마스크, 그것이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었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 그래도 주무시기에 합당한(?) 말씀시간이 마스크 때문에 더 힘들어졌다. 큰 호흡이 필요한 찬양팀은 마스크를 끼고 앞에 서야 했기에 이중고를 겪었다.

솔직히 나도 힘들었다. 설교를 마치고 강단을 내려오면 마스크 안이 축축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적나라하게 내 입냄새를 맡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벗는다. 물론 만 명 안팎의 확진자와 10여 명의 사망자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지만, 감염취약시설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마스크가 해제되었다.

“목사님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글쎄요. 웬만하면 실내에서는 쓰려고요.” 사실 식사할 때 벗고 먹고 얘기하니 큰 의미가 없어졌다. 그래도 마스크를 쉽게 떠나보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모르게 조심해야 할 거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의무 착용은 해제되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마스크다. 제 2의 피부를 넘어 제 2의 마음이 돼버렸다.

생각해보면 우리 신앙생활 역시 비슷할 것 같다. 우리는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설사 예배시간에 마스크를 벗게 된다 해도, 꺼림직함, 불편함, 주저함은 마음 어딘가에 남을 것 같다. 처음의 열심과 사랑으로 돌아가는 것 어렵게 할 것 같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정부의 발표가 아니라 우리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말 마스크를 벗을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