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진실화해위(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다. 바로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관한 정식적인 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1970-90년대의 불법적인 해외입양에 대한 진실이 이제서야 드러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때 고아수출 1위 국가였다. 끔찍했던 한국전쟁과 고압적인 군사독재를 겪은 탓이겠지만, 이 점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많이 아이들을 해외로 보냈다. 이때껏 드러난 통계만 계산해도 해외로 입양 보낸 아이들이 2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의 일이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냥 넘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그러기엔 너무 심각하다. 입양 과정에서 무시 못 할 수의 아이들이 납치되거나 신분이 세탁되는 불법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비극이 벌어진 것은 다름 아닌 '돈' 때문이었다. 지금도 해외 입양기관과 연관된 사업이 매해 몇 십 억 규모에 이른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지금도 여전히 해외입양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우리나라는 해외입양 송출 3위 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경제규모 세계 10위, 한류열풍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숫자다. 더구나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을 경험하는 나라라는 상황을 고려할 때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와 같은 모순된 상황의 피해자는 누구보다 아이들일 것이다. 얼마 전 덴마크를 비롯한 9개 국가로 입양된 369명 입양아들이 한국 정부에게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 그들이 겪었던 고통의 과정을 세상에 알리고 보상받기 위함이었다.

이들의 사연은 한 인터넷신문을 통해 하나씩 소개되고 있다.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안고 자란 네덜란드 입양아 스타파니 씨... 삼십이 넘어 고국에 도착했을 때 친부는 암 투병 중이었다. 그녀는 임종을 지키며 이렇게 감회를 적었다.

“당신은 한때 당신이 내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편지를 썼습니다.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당신이 내 아버지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아버지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이 참 아팠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겠다. 무엇보다 주님의 긍휼이 다스리는 우리 사회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야겠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세상은 젖 뗀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수 있는 평화의 나라다. 그런 나라를 꿈꾼다. 그런 소망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