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에게 연말연시는 바쁜 시간이다. 그것도 그냥 바쁜 것이 아닌 엄청나게 바쁜, 그래서 정신 바짝 붙잡아야 하는 시기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교회의 큰 절기들이 이때 몰려있다. 대림절, 성탄절, 송구영신... 단순히 행사가 많을 뿐 아니라, 계획하고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

더구나 이번에는 더욱 그랬다. 성탄절 행사와 송구영신예배가 토요일, 주일에 걸쳐 있었기 때문에 숨 쉴 틈이 없었다. 더구나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후 맞이하는 첫 연말이라 행사가 많았다. 예상하고 미리 준비를 했으나 막상 닥쳐오니 분주함이 가시지 않았다.

적잖은 실수가 있었으나 은혜로 잘 마쳤다. 이제 신년특별새벽성회만 은혜롭게 마무리하면 한숨 돌릴 수 있겠다.(우리 성도들이 함께 해줘서 잘 이뤄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느 정도 끝이 보이는 시점에서 내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 ‘한 달 동안 무엇을 한 걸까? 우리 성도들은 은혜를 누렸을까?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셨을까?’ 교역자들이 열심을 다해 섬긴 것은 확실하다. 내 이름을 걸고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땀과 눈물이 성도들을 은혜의 자리로 인도했는지... 하나님을 마음을 감동시켰는지... 의문이 든다.

행사가 그냥 행사로 끝나는 것은 이 질문을 놓치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도하며 기획한 일이라 할지라도 중간에 이 질문을 잃어버리면 정말 일만 남는다. 나는 이번 연말을 준비하면서 교우들이 웃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위로가 마음을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다. 마음을 열어주시는 것도, 마음을 채워주시는 것도, 그리고 만져주시는 것도... 그래서 다시 일어나 강하고 담대한 용사로 서게 하시는 것도 주님이 하시는 일이다.

그래서 특새를 앞두고 더욱 기도하기로 했다. 내가 못하니 하나님께서 이루시라고... 내가 모자라니 주님이 채워주시리라고 엎드리기로 했다. 솔직히 이젠 좀 지친다. 그래서 나부터 주님의 은혜가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