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쏜살같이”겠다. 정말 너무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다. 물론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렇다고 해서 손에 붙잡히는 확실한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말 그대로 쏜 화살... 좀 허무한... 그래서 다소 억울한...

왜 그랬는지 돌이켜보았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고 다급한 마음이 있었다. 빨리 교회를 정상화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굳이 그렇게까지 서두르지 않아도 되었는데 오버를 해버렸다. 그리고 탈이 났다. 마지막 몇 주는 번 아웃이 되어 시간에 끌려가고 사역에 붙잡혀갔다.

쉼표가 필요하다 싶어 수양관을 잡았다. 옷가지 몇 개를 가방에 쑤셔 넣고는 급히 집을 떠났다. 오랜만의 침묵, 낯선 멈춤... 그러나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마음은 불편하고 몸은 안절부절못했다. 얼마 후 가슴 밑바닥에서 한마디가 올라왔다. ‘이러다 아프지... 이러다 상하지...’

멈췄다. 그리고 맡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때까지 주님 앞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주님, 어떻게 해야 하죠?” 오랜 정적 끝에 울리는 한 마디... “다시 처음부터”

처음에는 참 서툴렀다. 모든 것이 어설펐다. 그래서 실수가 많았다. 후회와 많이 했다. 하지만 그때는 뭔가 달랐다. 그냥 살아있었다. 영적인 촉각을 세우고는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찾았다. 부족했지만 그것이 나를 버티게 했다. 하나님께 그런 모자란 모습이 좋으셨던 같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고... 하몇 배의 속도, 몇 배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뭔가 사라졌다. 노련함이 세밀함을 지웠다. 익숙함이 경외함을 덮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을 잃었다. 기쁨...

하나님께서 아무대로 그 말씀을 하시는 듯했다. 다시 처음부터, 기쁜 마음으로, 주님을 사랑함으로 시작하라고... 그게 주님이 기뻐하시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폭설이 쏟아진다. 급히 교회로 돌아간다. 오는 내내 같은 말을 반복한다. 다시 처음부터... 그래, 다시 처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