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그것도 많이 춥다. 교회 스타렉스 와이퍼가 얼어붙어서 안 떨어 진다. 시동을 걸으니 아예 응답도 없다. 중무장을 하고 교회로 나선다. 새벽 찬기가 등을 타고 올라온다. 예배를 마치고 노회 모임을 갔다. 잠깐 식사하러 나간 사이 얼굴이 얼어버렸다. 이놈의 추위, 꼼짝하기 싫다.

집에 돌아와 의자에 앉는다. 잠시 눈을 감았다. 방이 어둡다. 침대 이불보 안이다. 아, 시간! 시계! 5시반... 큰일 났다. 새벽말씀을 꺼내보지도 못했다. 급히 방문을 연다. 예지가 식탁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다. 속았다. 새벽이 아니라 저녁이었다. 황당해서 혼자 웃었다.

지난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이번 크리스마스는 추운 것 같다. 물론 어머님은 옛날을 훨씬 추웠다고 하시지만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추웠었는지는 모르지만 따뜻한 기억뿐이다. 성탄을 앞두고 저녁에 모여 발표회를 준비하던 일... 밤길을 헤치며 새벽송을 돌던 일... 과자 봉지를 풀어놓고 도란도란 얘기 나누던 일... 그리고 형님들이 구워온 특대형 소시지(사실 밀가루 스틱에 가까웠다ㅋ)...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 것들이었는데 그렇게 행복했다. 재미있었다. 따뜻했다. 그래서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면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그런 크리스마스가 영원할 줄 알았다. 그래서 내 아이들과 함께 그런 따뜻함들을 나눌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도 변했다. 북극한파가 몰아쳐 오듯 세상의 찬기가 크리스마스를 덮었다. 그때 그 청년들이 나이를 먹었고, 그 많던 젊은이들이 하나둘 교회를 떠났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하기엔 너무 큰 변화다. 그리고 우린 당황과 황당 사이에 서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크리스마스가 은혜롭다. 청년들이 다시 모여 성탄절을 준비한다. 아이들이 다시 뭉쳐 조잘조잘 웃고 떠든다. “뭐가 그렇게 좋니?” 그 말에 더 웃어댄다. 사실 제일 좋은 건 나다. 아이들에게서 지난 성탄의 따스함을 그리고 앞으로 시작될 이야기를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늘 성탄절이 준비되었다. 그리고 이곳에 주님이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