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이 조명 가능할까요?” “목사님, 커튼을 어떻게 달죠?” “음향이 소리가 잘 안 나와요.” 드디어 그날이 다가왔다. 이 해의 끝, 마지막 잔치, 크리스마스... 거리에는 예전처럼 캐럴이 흐르지 않지만, 올해 교회는 예전만큼 북적이고 들썩 거린다.

딱 3년 만이다. 성탄의 설레임... 올해는 한 집사님께서 불빛들로 예배당을 포장해주셔서 한껏 감성이 돋아난다. 심지어 그 빛 사이로 눈까지 쌓였다. 물론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는 6만 명을 넘어서지만 더이상 물러섬은 없다. 예수님께서 바로 이 어둠을 뚫고 빛으로 오셨으니까...

사다리를 올리고 무대를 만들고 조명을 고치고 음향을 다듬는다. 오십이 넘어서까지 담임이 되어서까지 현장에 직접 서 있을 거라곤 상상을 못했다. 그런데 그게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하고, 우리 청년들이 늙다리 꼰대 목사도 끼워주시니 고마울 뿐이다.

이번 성탄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려고 한다. 그동안 미뤘던 선물교환도 하고, 새롭게 성탄축하콘서트도 열고, 계속 섬겨오던 몰래산타도, 성탄발표회도 하려고 한다. 하필 북극에서 말도 안 되는 추위가 내려왔지만, 그러다 가라고 해라. 우리 교회는 따뜻하니까...

무엇보다 우리 교인들이 많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마음고생 많으셨다. 할 수만 있다면 유치하게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모두 안아드리고 싶다. 그렇게라도 따스한 마음을 나눴으면 좋겠다. 우리가 따스함을 잃지 않아야 차가운 세상을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성탄발표회는 소천하신 유 권사님의 고전무용을 볼 수 없겠지만, 분명히 하늘에서 함께 하며 기뻐하실 거라 믿는다. 소망하기는 교회를 잠시 떠난 우리 형제자매들도 꼭 다시 보고 싶다. 고생했다고... 잘 돌아왔다고... 손을 꼭 붙잡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주님께 다같이 예배 드리고, 서로를 향해 이렇게 외치고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하늘에서는 하나님께 영광! 땅에서는 우리 가운데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