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교회 홈피 사진 바꿀 때 되지 않았나요?”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가끔 이런 요청을 하는 분들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8년 전 찍은 사진이다. 지금껏 우려먹었으니 사기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홈피 사진만이 아니다. 유튜브 교회채널에 업로드 되는 섬네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 이전 강단 사진이니 한참 지났다.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이면 어떨까요? 요즘 그렇게 많이 하던데요.” 백번 맞는 말씀이다. 경직된 표정에 긴장된 눈빛, 내가 봐도 안 어울린다.

하지만 그때마다 하는 내 대답은 비슷하다. “음... 아는데요. 조금만 더 있다가요.”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돈이 없어서도 아니다.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때 그 시절 사진보다 더 잘 나올 자신, 더 생기있고 멋나 보일 자신이 없다. 가끔 주변 분들이 내 사진을 찍어 보내주실 때가 있다. 그때마다 놀란다. ‘도대체 이게 누구야?’

거무죽죽한 피부에, 부어오른 얼굴, 볼록한 아랫배와 축 처진 어깨... 나 같지 않은 나다. 피하고 싶은 나다. 그때마다 뱃속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올라온다. “살 빼고 운동하면 되지. 뭐” 그러나 솔직히 안다. 나는 이미 변했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보통 자신을 나이보다 더 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 마음은 아직 사십 초반, 한참 사역에 매진하던 그때다. 하지만 건강도 패기도 그때 같지 않다. 물론 잃은 게 있으면 얻은 것도 있겠지만, 지금 내 모습,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그 사진을 바꾸기 싫나 보다. 미련일 수도 있고, 궁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안다. 결국은 받아드릴 것이고, 다시 사진을 찍게 될 것이다. 그래야만 새 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어제의 나를 벗어나지 못하면 내일의 내가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모만의 문제 같지는 않다. 신앙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지난 3년, 지긋지긋한 바이러스와 싸워가며, 나도 모르게 변해버린 중심이 있다면 이젠 받아드릴 때다. 그래야 새 마음이 열린다. 마침 12월이다. 곧 새날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