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를 부쩍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다름 아닌 “분노 조절”이다. 목사가 화낼 일이 뭐 그렇게 많은지, 아니면 교회에 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궁금해하시겠다. 아니다. 아무 일도 없다. 맞다. 목사라 화낼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아침에 TV 뉴스를 틀면 화딱지가 난다. 친구 목사에게 전해 듣는 교회 일에 성질난다. 그리고 밤낮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애들을 보면 열불이 솟구친다. 특별한 일은 없지만, 특별하지 않은 일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게다. 화를 내지 않지만, 화가 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치가 않다.

“갱년기라 그래.” 내 얘기를 듣고는 명의라도 되는 양 진단을 내린다. 그놈의 갱년기... 뭐만 하면 다 그 탓이다. 아마 사탄 말고는 가장 많이 욕을 먹는 빌런이 아닐까 싶다. 물론 호르몬의 변화가 감정을 가라앉게도 일어서게도 하겠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꼭 나만은 아닌 것 같다. 저분이 저런 면이 있었나 싶게 분노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누군가 이렇게 정의하더라. 코로나 레드... 3년간의 팬데믹으로 일상생활은 제한되었고 사회가 급변하였다. 되는 것이 적었다. 버틸 것은 늘었다. 그리곤 코로나가 우습게 끝나 버렸다(난 아직도 끝난 건지 아닌 건지를 모르겠다;;). 우리에게 남은 건 해결할 일과 적응할 시간...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어찌 생각해보면 화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화는 쌓이기 마련이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모두가 결국은 한집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성경의 가르침은 분노는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다룰 수 없는 이때야말로 하나님에 대한 전적 의존이 필요하다. ‘하나님, 맡깁니다. 하나님, 내려 놓습니다.’ 점점 혼잣말이 는다. 아무래도 마스크를 늦게 벗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