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에게 설교는 평생 숙제이다. 설교를 망치면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고, 설교를 잘하면 다음 설교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목사라는 직책 자체가 가르치는 장로이므로 설교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 하겠다. 그래서 주일이 다가올수록 긴장이 더해져서 잠도 안 오고, 밥맛도 없어진다.

“목사님, 그냥 은혜로 하세요. 부담 갖지 마시구요.” 옆에서 지켜보던 성도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권면한다. 그래서 정말 부담 갖지 않고 설교 준비를 해봤다. 망했다!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며칠 밤을 새운다. 그래서 망했다! 너무 많이 준비해서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좀 달라지지 않겠어?’ 그런 기대로 7년 동안 강단을 지켰다. 달라지긴 했다. 그러나 좋아지진 않았다. 물론 내 기준이겠지만 강단을 내려올 때면 성도들의 눈빛이 마음에 걸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설교의 대가 이찬수 목사님을 사석에서 뵌 적이 있다. 이런 기회가 다시 없을 거 같아서 대놓고 여쭈었다. “목사님, 어떻게 설교를 준비하세요?” 목사님 대답이 기가 막혔다. “저도 설교가 많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새벽 일찍 일어나서 아침까지 말씀 묵상하는 것을 놓지 않습니다.”

그 말씀에 도전을 받아 나도 따라했다. 세시반 기상, 바로 말씀 묵상... 새벽예배 마치고 다시 묵상... 뭔가 변하는듯했다. 하지만 며칠 가지 못했다.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마치 황새를 따라가던 뱁새처럼 절망이 찾아왔다.

“하나님, 전 안되나 봐요.” 푸념하듯 하늘을 쳐다본다. 혼잣말을 던진다. 그때마다 다가오는 침묵...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까 고민했다. 잠시 후 마음을 울리는 한 마디... 처음부터 다시, 내가 먼저 은혜 받도록...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설교는 재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말주변으로 포장하는 설교는 끝이 공허하다. 지금껏 내린 결론은 이거다. 설교의 짐을 얼마나 성실히 지고 있는가? 성도들에게 은혜 끼치기를 얼마나 갈망하는가? 나는 설교를 잘 못하는 목사다. 그래서 기도하며 다시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