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언제 내려가세요?” 아, 맞다. 오늘이 그날이다. 몇 달 전부터 예고되어 있던 목사ㆍ장로 부부 수련회... 솔직히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마음 같아서는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력한 권유로 참가 신청을 했다.

“네, 점심 먹고 천천히 출발하려구요. 어차피 저 혼자 다녀오는 거라서요.” 아내와 가볍게 식사를 한 후, 혼자 길을 나섰다. 양양까지 총 2시간 40분, 오늘따라 길이 막히지 않는다. 잠도 오지 않아 그냥 직행...

짐을 풀지 못한 채 일정에 참여했다. 개회예배, 송정미 찬양콘서트, 그리고 저녁식사... “사모님은 같이 안 오셨어요?” “예, 아이가 아직 어려서요.” 짝 잃은 철새처럼 뻣뻣한 모습으로 음식을 들이켰다.

세미나 시간...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집회 시간에 졸지 않는 성격이라 꼬박 경청하였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내일 아침은 어떡하지? 언제쯤 집에 가야 하나?’ 집회를 마치고 숙소에 올라갔다. 이미 룸메이트 목사님이 주무시고 계셨다. 갑자기 머리가 번뜩인다. ‘아, 나도 땡땡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급히 발걸음을 옮긴다. 어제 봐두었던 리조트 밑 갈대숲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늘이 흐리다. 그래도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갈대 사이로 숨은 데크를 따라 한 바퀴, 두 바퀴... 갑자기 마음속에 바람이 분다. 걷고 있지만 멈춘 것 같은 희한한 산책길이었다.

조용히 걸음을 멈춘다. 세미한 소리가 나를 붙잡았다. 자세히 들어보니 숨소리 같다. 바람은 불고, 갈대는 흔들리고... 바람이 더할수록 갈대가 상할수록 그 소리는 점점 커진다. 마치 상한 갈대의 한숨 같았다.

“그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사 42:3)”

멈춰야 들을 수 있었다. 귀 기울여야 느낄 수 있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그러신다. 영혼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신다. 그리고 우리를 만지신다.

목사는 민감한 것이 옳다. 그래야 주님의 마음을,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고치시는 주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주님, 듣기 원합니다.’ 잊고 있던 영혼의 청각을 깨운다. 갑자기 구름 사이로 햇볕이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