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목양을 하는 사람이다. 주님께서 맡기신 영혼들을 사랑하고 섬기고 인도하는 것이 목사의 사명이다. 그래서 교회는 목사가 중요하다. 목사가 건강해야 교인이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목사가 사랑이 많아야 교인이 사랑을 많이 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사는 은혜의 사람이어야 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은혜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것이 성도들이 은혜를 많이 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사가 은혜받기란 결코 쉽지 않다. 뭔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은데 내가 목사가 돼보니 그렇다(일종의 양심선언이라 해두자;;). 그렇다면 왜 목사는 은혜를 받기가 힘들까?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말씀을 너무 많이 보기 때문이다. 말씀을 많이 보면 은혜가 더 크지 않을까 싶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말씀을 묵상하는 것과 설교를 준비하는 것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설교자를 지나쳐버리는 설교가 될 수 있다. 그러면 목사의 마음은 점점 냉랭해진다.

둘째로 교회에 너무 오래 있기 때문이다. 교회에 있으면 평안이 넘치지 않을까 싶은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교회가 되는 것과 교회를 운영하는 것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교회 안에 갈등이 생기게 되면 목사는 정치를 해야한다. 정치를 하더라도 사랑으로 감당하면 은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꼬이고 얽혀 씁쓸한 상실감으로 끝나게 된다.

하지만 목사의 은혜를 가장 방해하는 것은 목사 자신이다. 꼭 집어 말하자면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다. 자기보다 말씀을 잘 전하거나, 능력이 많은 목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랑을 담은 교인들의 권유도 잘 듣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놓쳐 버린다.

이번 부흥사경회가 은혜로운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가장 은혜로운 일을 말한다면 목사인 내가 은혜를 받은 것이다. 말씀에, 찬양에, 무엇보다 우리 교인들이 은혜받는 모습에... 마음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은혜 받은 목사다. 은혜를 받았으니 은혜를 갚겠다. 그래서 더 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