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오후, 이젠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교회로 모이는 분들이 있다. 다름 아닌 작은 교회 리더들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막을 열면서 소모임이 가능해졌고, 교회는 제일 먼저 “작은 교회”를 시작했다.

작은 교회 사역은 쉽지 않았다. 여느 교회처럼 2년간 멈춰버린 소그룹을 재개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몇 번의 출발, 그리고 그만큼의 실패... 사회 같았으면 처음부터 재고해야 할 사양산업이었다.

하지만 이 모임을 고집스럽게 다시 시작한 이유는 효율이 아니라 필요 때문이었다. 7-8년을 다녀도 객처럼 느껴지는 교회가 되지 않기 위해 작은 공동체가 필요했다. 또한 소모임이 주는 영적 유익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창피를 무릅쓰고 다시 도전해야 했다.

예상만큼 모임이 정착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리더 간에 소통이 쉽지 않았고, 멤버 간의 거리도 좁혀지지 않았다. 불편해하시는 분도 있었고, 적잖은 부딪힘도 있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성도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죄인처럼 양해를 구했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고... 힘드셔도 꼭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다. 그렇게 5개월을 버텼다. 참 난감하고 난처했던 시간... 하지만 후회는 없다. 하나님께서 조금씩 열매를 보여주시기 때문이다.

리더가 먼저 마음을 열었다. 그 마음을 받아 다른 마음들이 열렸다. 그리고 기도가 열렸다. 응답이 나타났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 기도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힘이 되기 시작했다.

“목사님, 좋아요. 지난주는 한참 웃다가 끝났어요.” “작지만 한 분 두 분 멈추지 않고 모여요.” 리더들의 기도 제목은 똑같다. “주님 주신 사명 잘 감당하기 원합니다.” 어쩌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또 넘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두세 사람이 그 이름으로 모인 곳에 예수님이 계신다는 것을...

이제 가을이다. 들판이 황금빛으로 익어간다. 그 빛이 곧 우리 안에도 퍼져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