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의정부 핫플이 있다. 1호선과 경전철이 만나는 회룡역이 아니다. 두루미와 청둥오리가 놀다가는 회룡천도 아니다. 이곳은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번 온 사람은 없다. 바로 회룡역 앞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은 시장이 아니다. 그냥 동네 채소가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라는 이름이 거창하지 않은 이유는 시장 못지않은 손님들과 활기 때문이다. 맨 처음 이 가게에 오픈했을 때 사람들의 적잖은 우려가 있었다. “거기서 장사가 돼?” 휴대폰 가게도 이사 갔고, 짜장면 집도 문을 닫았다.(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식당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사람들의 폭발적인 호응이 있었다. 심지어 의정부 저편의 가능동이나 금오동 분들까지 원정을 올 정도였다. 이 가게의 성공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이 질문에 모두 똑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정말 싸요!” “싸도 엄청 싸요!”

채소 파동이 일어나서 호박이 3천원 할 때 이 가게에서는 단돈 천원을 받았다. 토마토 값이 너무 올라서 먹을 엄두를 못 내고 있을 때 삼천 원짜리 방울토마토가 가판대를 지켰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는 적잖은 다툼이 있다. "어머니, 줄을 서셔야죠." "그 과일 제가 골라놓은 거예요." "호박 너무 누르지 마세요." 사람이 많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때론 전쟁터처럼 느껴진다. 특히 이번 추석은 더욱 심했다. 새벽부터 장사진을 친 사람들... 여기저기에서 불편한 말들이 오갔다.

자두 한 박스를 계산하면서 직원분에게 말을 건넸다. “고생이 많으시죠?” 씨익 웃으시며 이렇게 답한다. “감사합니다. 오늘따라 정말 바쁘네요.” 채소값이 싼 것은 이분들의 성실함 때문이다. 이렇게 매일 바쁘면 지치고 고단할 텐데,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반가웠다. “저분들, 대단하시지 않아?” 아내가 말했다. “그러게, 덕분에 맛있게 먹네.”

어쩌면 소명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위대하고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닌, 주님께서 맡겨주신 그것, 그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 그래서 누군가에게 “그 덕분”이라는 말을 듣는 것... 오늘따라 어깨가 좀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