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교회 앞에 또 물이 차올라요. 예배당 안으로 들어오면 어쩌죠?” 전도사님께 급히 연락이 왔다. ‘아, 또 올 게 왔구나.’ 몇 년 잠잠했던 교회 앞 배수구가 또 말썽인가보다. 그도 그럴 것이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쏟아졌다. 온 세상 비구름이 죄다 몰려온 것처럼 그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일단 시청 하수도과에 연락을 합시다.”

몇 번의 불통 끝에 겨우 연결이 되었다. 교회뿐 아니라 마을이 다 잠길 것 같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갑작스런 폭우로 침수된 곳이 많아서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습니다.”

입구 계단은 이미 하나가 잠겼고, 두 개까지 덮을 기세다. 마을주민들이 배수구 뚜껑을 열고 이물질을 제거하지만 크게 효과는 없었다. 스마트폰을 열었다. “115년 만의 폭우... 물에 떠내려가는 자동차...” 아, 이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전도사님, 그냥 기도합시다.”

잠시 후 물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배수펌프나 배수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이렇게 물이 빠지죠.” “진작에 열어주면 될 것을 왜 이제야...” 빗줄기가 조금씩 잦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전도사님의 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엔 교육관 천정이 새요.”

난민촌 텐트처럼 여기저기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바닥은 이미 물천지다. “양동이 빨리! 쓰레받기, 걸레도요.” 물을 퍼 나르고, 바닥을 훔치고, 천정을 닦고... 갑자기 호출된 민수 전도사님은 막힌 배수관을 뚫는다. 미안한 마음에 우스갯소리를 던진다. “이게 진짜 목회예요.^^;;”

얼마 후 시청직원이 도착했다. 배수펌프를 제때 작동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분 말씀이 의외였다. “그런 것 없는 데요. 있어도 하천이 넘쳐서 소용이 없어요.” 그때 물이 빠진 게 이상한(?) 일이었던 게다.

집으로 오는 길, 갑자기 비가 멈췄다. 참 얄궂다. 그리고 감사하다. 이렇게라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어서... ‘하나님, 다음 비올 때는 미리 말씀해주세요. 기도부터 할게요.’ 하늘을 쳐다보며 혼자 피식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