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복숭아가 탐스럽게 익었어요. 먼저 따서 드셔보세요.” “글쎄요. 맛이 있을까요?” 우리 교회 화단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있다. 둘 다 복숭아나무인데 하나는 초라하고 다른 하나는 울창하다.

원래는 반대였다. 지금은 볼품없는 오른쪽 나무는 한때 그 잎사귀들이 화단을 덮을 정도로 우람했다. 그에 비해 반대쪽 나무는 애기였다. 꽃이 피는 것도 열매가 맺히는 것도 큰 나무가 훨씬 빨랐다. 하지만 열매가 크지 않았다. 한 교우의 말씀이 일조량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하셨다.

상황이 바뀐 것은 주차장 공사 이후였다. 자갈을 실은 덤프트럭이 들어와야 하는 터라 어쩔 수 없이 큰 나무의 바깥 가지들을 잘랐다. 그나마 작은 나무도 화단을 정비하면서 좌측으로 한보 옮겨야 했다.

교우들은 나무들이 제대로 자랄 수 있을지 걱정했다. 화단을 돌보시던 집사님이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냐고 씁쓸해하셨다. “그래도 돌봐주죠. 혹시 아나요? 복숭아를 따 먹게 될지?”

하지만 우리의 바람대로 상황이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큰 나무는 점점 힘을 잃었고, 작은 나무는 잎사귀만 무성할 뿐이었다. “비료를 줘봅시다. 영양제도 있다던데요.”

코로나가 왔다. 금방 지나는 소나기인 줄 알았는데, 2년을 넘어서는 장맛비가 되었다. 그사이 교회는 몇 번의 어려움과 답답함을 겪으며 새날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다시 봄... 집사님이 신나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사님, 올해는 기대해도 되겠는데요? 꽃이 피고 가지에 힘이 돋는 게 예사롭지가 않아요.” “그래요? 그럼 기대해볼까요?”

그리고 나는 어제 처음으로 예지 손 만한 복숭아를 가지에서 땄다. 잘 씻은 후 한입 베물어 본다. 아... 이건... 진짜... 복숭아다. 시장에서 파는 복숭아보다 훨씬 달고 싱싱한 “맛있는 첫 열매”

갑자기 마음이 찡해졌다. 이 녀석 그동안 정말 고생했겠다 싶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그 김에 주님께 억지스러운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 맛있어요. 감사해요. 그럼 이제 우리 교회도 열매 맺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