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때 아닌 강풍이 몰아쳤다. 거리에 입간판이 날아다니고 가건물이 무너졌다. 비바람에 수목원 고목이 쓰러지고 공항이 폐쇄되어 항공스케줄이 엉망이 되었다. 말 그대로 ‘돌풍’이 몰아쳐서 사람들의 마음을 긴장하게 했다. 나도 분명 그중 한 명이었다. 전교인수양회 때문이었다.

수양회를 준비하며 걱정이 많았다. 잘 준비할 수 있을지... 몇 분이나 참여할 수 있을지... 예산은 얼마나 확보될 수 있는지... 교회에 와서 처음 계획한 수양회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마음이 쓰였다. 괜히 일만 벌여 놓고 욕먹는 것 아닐까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만큼 기도하려 했다. 교우들의 마음이 열리고 하나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 닥친 폭풍이 신경에 거슬렸다. 줄곧 준비를 도맡아 하시던 원장로님과 얘기했다. “분명 그치겠지요?” “네 그럴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 그렇게 수양회 당일을 맞았다.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었다. 맑은 하늘이 빛나고 있었다. 갑자기 가슴 속에서 묘한 꿈틀거림이 올라왔다. 부담되고 염려되었던 만큼 감사함이 솟구쳐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 교회의 앞길도 이렇게 열어주실 줄 믿습니다.”

연애시절 아내가 내게 반했던 모습은 ‘열정’이었다. 결혼 후 아내가 걱정하는 이유 역시 ‘열정’이다. 금방 멈춰버릴 것처럼 질주하는 남편의 모습이 달갑지 만은 않은 것이다. “좀 천천히 해. 그러다 꺼지면 어떻게 하려고” 내 딴에는 조심한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달리고 있다. 그러다 생각대로 되지 않고 기대한 만큼 이뤄지지 않으면 한 며칠은 죽음처럼 힘들다.

머리를 쥐어뜯고 한숨과 눈물로 기도한다. 그럴 때면 항상 하나님의 위로가 있었다. 갑자기 제자들이 찾아와 응원하는가 하면 예전 교우들이 방문하여 따뜻한 손길을 건넨다. 그때마다 한없이 부족한 종을 기억하시는 주님의 손길에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일어서게 된다.

돌풍 덕에 한없이 청명해진 하늘 밑에서 마음껏 웃고 박수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함께 준비한 제직들과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신 교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강풍 뒤 열린 맑은 하늘처럼 우리 교회의 앞길 역시 열리게 될 줄 믿는다. 함께 기도하는 교회는 결코 망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