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요기도회를 계획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어떻게 하면 교인들을 많이 참여시킬 수 있을까?”였다. 코로나 이후로 식어버린 기도의 열기를 되살려내야 교회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감동적인 명품설교와 성령 충만한 은혜 찬양이 준비된다면 모이지 말라고 해도 모이겠지만, 나의 한계와 우리의 부족함을 알기에 “최선+섬씽”이 필요했다. 교역자들이 모여 생각을 모았지만, 별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닭갈비 집을 지나갔다. 갑자기 섬광 같은 기억 한쪽이 올라왔다. ‘그래, 맞다. 그 닭갈비 집!’

나는 닭을 싫어한다. 치킨에 얽힌 흑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다시 닭을 먹게 된 계기가 있다. ‘숯불구이 닭갈비’라는 신세계를 만난 이후다. 가평 한 식당에서 체험한 닭갈비는 닭도 소처럼 맛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래, 거기가 있었지! 그럼 거기 들렸다가 필그림하우스를 다녀와야겠네. 먹고 보고 은혜 받고... 말 그대로 일석삼조!”

그렇게 시작한 천로역정 기도회... 주님의 은혜로 7주를 마쳤다. 이런저런 개인적인 사정으로 20명의 완주자 중 15명만이 모여 순례길 탐방을 가게 되었다. 걱정한 대로 비는 오지 않았고, 기도한 대로 구름만 덮였다. 생각보다 길도 막히지 않았다. 한 시간 채 못 되어 도착한 식당에는 여전히 숯불에 닭이 익어가고 있었다. 푸짐히는 아니지만 나름 맛난 점심을 먹었다. 함께 차를 마시고 드디어 순례길 탐방을 시작했다.

연륜이 느껴지는 권사님이 안내자로 섬겼는데, 수줍은 듯 진중한 목소리로 함께 했다. 걷고 듣고 찬송하고... 마치 천로역정을 오감으로 체험하는 듯했다. 죽음의 강을 넘어 너른 초원에 이르렀다.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한 집사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님, 포기하지 않게 해주세요.”

그렇다.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한 나머지,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까지 포기한 것은 아닌지... 천성은 마지막까지 믿음이라는 보석을 지킨 자의 것이라는 존 번연의 말이 떠올랐다. 그 말, 그 기도가 마음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