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다쳤다. 갑작스런 소낙비를 피하려고 점프를 하다가 종아리 근육이 손상되었다. 의사 선생님 왈 “최소 2주는 걸립니다.” 뭘 그렇게까지 기다릴까 싶어 사흘 뒤 조금씩 움직여 보았다. 괜찮은 듯하여 큰 걸음을 내딛는다. 다시 우지끈... 그냥 말 들을걸... 통증이 다시 처음이다.

냉찜질을 하고, 파스를 붙이고, 그 유명한 박찬O 크림(많이 비싸다ㅠㅠ;;)을 사다가 마사지를 한다. 이 정도 했으면 됐다 싶어 주일에 멀쩡하게 강단에 오른다. 2부 설교 중 종아리가 다시 댕기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주무른다. 아무래도 장기전이 될 듯...

“목사님, 그냥 선생님 말씀대로 하세요. 그러다가 덧나요.” 전도사님 말씀이 맞다. 나는 항상 미련하게 배운다. ‘보폭은 되도록 짧게, 움직임은 최대한 적게, 절대 뛰거나 무리하지 말고... 그럼 등산은 끝났구나!’

당 조절에 실패하면서 큰맘 먹고 시작한 운동이다.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오르기가 몇 번... 이것도 안 하면 끝이다 싶어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제 근육도 붙고 재미도 붙나 싶었는데 예고 없이 휴식이 찾아왔다.

‘뭐 다시 시작하면 되지.’ 이런 생각으로 지낸 2주 동안 진짜 돼지가 돼버렸다. 문제는 가장 힘든 등반코스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백두산도 아니고, 히말라야도 아니다. 바로 우리 집 앞에서 산까지의 길...

더 지체하면 아예 못 오를 것 같아 두 눈을 질끈 감고 문을 나선다. 얼마 높지 않은 산인데도 숨이 턱까지 찼다. 비 오면 바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게으름을 피운다. 갑자기 구름이 걷힌다. 하늘이 말짱하다. 급히 찾아온 세 가지 깨달음... ①요행을 바라지 말자. ②다시 시작하는 건 뭐든 어렵다. ③그래도 할 거면 제대로 하자.

지난 2년, 멈춰버린 우리 신앙생활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다시 시작하는 믿음은 항상 어렵다. 하지만 믿으려면 제대로 믿는게 맞다. 그래야 빨리 회복된다. 생각해보니 다리가 안 아프다. 오르며 나은 건지, 나아서 오른 건지 애매하지만 감사하다. 다음 주는 더 높은 산에 도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