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내일 김정란 권사님 댁 심방이 있어요.” 점심 넘어 전도사님께 연락이 왔다. 요즘 틈만 나면 잊어버리는 이상증상(?)이 나타나서 이런 것까지 전도사님께 신세를 지고 있다. “네에... 오후죠?” “네시라 어머니기도회 마치고 준비하시면 될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하루 한 가정 이상 심방을 잡을 수가 없는 형편이다. 혹시라도 불편하게 해드릴까 봐 봄철대심방을 여름까지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새벽녘 권사님 가정을 위해 기도한다. 어떤 말씀을 전해야 할지 주님께 여쭌다. 말씀 액자를 만들고, 필요사항을 체크하고, 옷을 갈아 입는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뭘 빠뜨렸을까?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문을 열고 나오는 찰나 떠올랐다. ‘아 맞다. 재롱이!’

재롱이는 권사님이 키우시는 강아지다.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도 재롱을 찾을 수 없다. 뜬금없이 이빨을 드러내고, 목이 터질 듯 짖어대고, 심지어 급히 달려와 물기까지 한다. 그래서 전도사님은 항상 긴장상태다. “오늘은 괜찮을까요?” “무서워하면 더 그래요.”

하지만 나는 권사님 댁에 갈 때마다 재롱이 간식을 챙긴다. 처음엔 조용히 시켜볼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몇 년 전, 개집 안에서 꼼짝도 안 하는 이상한 재롱이를 보았다. 병명은 가상임신... 재롱이는 마음의 병이 들어 있었다. 새끼를 잃은 것인지, 아니면 간절히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그날부터 이 녀석이 많이 가여워졌다.

“목사님, 그 뼈다귀껌 줘도 물텐데요.”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좋아할거예요. 그리고 언젠가는 알아보지 않겠어요?” 사연이 없는 강아지는 없다. 하물며 사람이랴! 한 영혼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장난 마음이 고쳐져야 하고, 구멍 난 가슴이 사랑으로 채워져야 한다.

갑자기 와보라데이가 생각났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주님의 마음이 떠올랐다. ‘그래, 언젠가는 알아보지 않겠어? 언젠가는 돌아오지 않겠어?’ 혼자 중얼 거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아무래도 내일 볕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