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금식이 싫다. 먹는 게 낙이라 그러는 게 아니다. 당 조절이 힘들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그냥 뭔가 구속받는 느낌이 싫다. 물론 금식은 자원하는 마음으로 하는 거지만, 목사인고로 어쩔 수 없이 하게 될 때가 많다. 그때마다 마음속에 올라오는 말... 금식이야 아님 굶식이야...

담임이 되면서 더욱 그렇다. 매년 진행되는 행사나 급히 기도가 필요한 사역 때문에 금식을 자주 하게 된다. “목사님, 오늘 점심 같이 드시죠?” “죄송해요. 제가 오늘 금식이라서요.” “뭘 그렇게 자주 금식을 하세요?” 대화 내용을 봐서는 매우 영적이고 모범적인 목회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숨겨진 말이 그다음에 있다. ‘저도 정말 부담돼요.’

금식을 한다고 눈앞의 문제가 금방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늘이 열리고 신령한 은혜가 내려오는 것도 아니다. 영계가 밝아지고 영발이 세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실망스러울 때가 있다. 더 꼬이거나 갑자기 다치거나... 부끄럽게도 자정 알람이 울리면 하루를 억누른 식욕 때문에 게걸스럽게 음식을 흡입하곤 한다. 다 먹은 빈 그릇 바닥이 나에게 말한다. ‘이럴 걸 왜 했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식을 멈추진 않는다. 이렇게 모자란 데도 꾸역꾸역 굶는다. 압박을 참아낸다. 도대체 이유를 뭔지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혹시 주님께서 불쌍히 여겨주실까 봐... 들으시고 열어주실까 봐...

마치 죽어가는 아들을 보며 곡기를 끊고 하나님께 매달렸던 다윗처럼, 딸을 고쳐달라고 주님께 애걸했던 수로보니게 여인처럼 내게 금식은 마지막 몸부림이다. 그렇게 성도들과 7년을 굶어왔다. 선교회 동역자들과 2년을 매달렸다. 그리고 이제 다시 금식을 시작할 때가 왔다. “주님, 이번 교회 생일에 그 영혼이 꼭 돌아오게 해주세요.”

갑자기 전화가 들어온다. “목사님, 오랜만에 연락드려요. 보고 싶어요.” “집사님, 어떻게 지내셨어요? 모두 기다리고 있어요. 너무 늦지 마세요.” 날이 점점 더워진다. 7월이 바로 코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