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수집을 하듯 챙겨보는 영화가 있다. 바로 마블사의 어벤져스 시리즈다. 어릴 적 TV에서 보던 힘쟁이 헐크와 개구진 스파이더맨, 그리고 무식하게 망치를 휘두르는 토르... 이와 같은 추억의 슈퍼 히어로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이들은 개성이 각자 다양하다. 그래서 작은 다툼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 싶게 히어로들이 하나가 될 때가 있다. 공동의 목표, 불의에 맞서고 정의를 지켜야 하는 순간이다. 이때 이 팀의 리더가 모두를 향해 외친다. “어벤져스 어셈블!(번역하자면 응징자여 모여라!)”

이 구호와 함께 땅에서, 하늘에서, 공간을 뚫고 영웅들이 집합한다. 그리고 악당을 향해 다같이 달려간다. 마치 연습이라도 한 듯이 한 몸처럼, 서로의 빈 곳을 채워가며, 민첩하고 용맹스럽게 전투에 임한다.

어벤져스 어셈블을 당할 자는 없다. 일대일로 싸우자면 필패인 이 전투가 다 함께 싸움으로 필승으로 끝난다.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어벤져스 마지막 편을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갱년기 증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싸우는 그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갑자기 무슨 SF영화 이야기인가 궁금하신 분이 있겠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우리 교회 옆 공터에서 새로운 어벤져스 어셈블의 등장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언맨처럼 날지도 못하고,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매직을 쓸 수도 없지만 이분들은 분명 히어로들이다.

망치를 들고 쇠 말뚝을 박고, 삽을 들어 땅을 고른다. 몰탈 믹서기를 들고 시멘트를 반죽하고, 미장칼을 들고 각을 잡는다. 교회의 지경을 넓히기 위해서 교우들의 편리한 발걸음을 위해서 팔을 걷어붙였다.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삼일져스 어셈블! 삼일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죄송한 마음에 일손을 거들었다. “목사님, 그냥 놔두세요. 저희가 다 알아서 할게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크게 웃었다. “계셔서 너무 든든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하늘이 웃는다. 그리고 마음이 밝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