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민간인 무단출입을 금하며 이를 위반한 자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처벌됩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어마무시한 경고문 앞에 순간 심장이 쫄깃해졌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다수였다. 훈련이 아니라 야유회였다. “목사님,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혹시 지뢰라도 있으면 어떻게 해요?” “잠시 기다려보세요. 제가 먼저 가서 알아볼게요.”

교회 역사상 처음 결성된 3여전도회 번개모임이었다. 답사를 다녀오지 못해 불안한 면은 있었지만, 젊음을 패기 삼아 기분 좋게 철원여행을 떠났다. 차 안에서 스케줄을 맞췄다. “먼저 옥수수 칼국수를 먹고, 한탄강 트레킹 코스를 돌면 되겠네요.”

맛있었다. 시원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리였다. 밑이 훤히 보이는 은하수교를 건너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높았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당연히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다리 너머에 다른 길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뿔싸! 길이 닫혔다. 덩그러니 경고글만 있었다. “뱀조심”

“그냥 한번 가보죠. 예전 트레킹 코스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생각보다 길이 나쁘지 않았다. 조용히 뒷산 걷는 느낌? 하지만 들어갈수록 점점 길이 깊어졌다. “더 이상은 무리일 것 같아요. 옆길로 빠지죠.”

그렇게 비켜 간 곳은 큰길이 아니라 큰 운동장이었다. 사람이 운동하는 곳이 아닌 전차가 운동하는 곳...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 길 끝을 향해 냅다 뛰었다. 철창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온 길을 되돌이 본다. 나무 뒤에 숨은 흰 건물이 보였다. “뒤로 돌아가죠. 저기 같아요.”

택시를 타고 카페로 향했다. 붉게 오른 얼굴을 식히며 시원한 커피 한잔을 했다. “오랜만에 걸었어요.” “무서웠어요.” “재미나요.” “그런데 회장님은 어쩌면 그렇게 순종을 잘하세요?” 갑자기 무안해서 크게 웃었다. 미숙한 목사 때문에 참 고생이 많으셨다. 그래도 뭔가를 함께 이룬 거 같아 뿌듯했다. 하루가 짧다. 여운은 길다. 그리고 자매는 용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