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또 막혔어. 봐줘야겠어요.” “요셉이보고 하라고 그래.” “그게 아니고 다른 거야.” 우리 집은 화장실이 두 개다. 하나는 안방, 하나는 거실... 집 자랑하는 거 아니다. 가끔 벌어지는 고충에 대해 말하는 거다.

아파트가 일반주택보다 관리 면에서 수월하다고 해도, 반드시 체크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막힌 하수구를 뚫는 것이다. 우리 아파트는 지은 지 삼십 년이 다되어가니 생각보다 자주 뚫어뻥을 들 수밖에 없다. 맨 처음은 내가 다했다. 변기, 세면기, 싱크대...

한번은 생각보다 심하게 막혀서 기술자를 부르려 했다. 가격을 알아보았더니 십만 원이 넘었다. 할 수 없이 공구상에서 스프링 청소기를 사서 직접 뚫었다. 군대 시절 잠시 보일러병을 대신한 경험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독박은 아닌 것 같아 요셉이를 불렀다. “니가 이제부터 변기 담당이야. 아빠가 안방 화장실을 맡을 테니 니가 여길 맡으렴.” 사양할 틈도 없이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뚫어뻥 사용방법과 상황별 대처방식을 가르쳐 반전문가를 만들었다. “아빠, 너무해.” “원래 남자가 하는 거야.”

하지만 다른 하수구는 내 담당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날이 되었다. 세면대를 열고는 오물을 쓸어내린다. 잿빛 유기물들이 한 뭉치다. 참 드럽다. 이게 다 우리에게서 나온 것이다.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화장실 바닥을 물로 훑고는 손을 씻었다. 갑자기 머릿속을 후딱 지나가는 생각... 지금 내 마음통은 어떤 모습일까?

하수구와 마음통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욕일 수 있으나, 청소와 배출이 필요하다는 면에서 비슷하다. 잘 비우고 잘 씻어야 깨끗하다. 악취가 안 난다. 하지만 잠시 소홀하고 방치하면 오물이 쌓인다. 시궁창이 돼버린다.

지난 2년, 어쩔 수 없는 격리 탓에 정화가 필요한 영혼들이 많아졌다. 꽉 찬 마음을 비우고 예수 피로 씻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너무 늦어 지면 못 고칠 수 있다. 물론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더 해야 한다. 불편을 넘어서야 평안이 오기 때문이다. 주의 날, 오늘이 그날이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