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를 처음 방문한 것은 8년 전 이맘때였다. 권사님들과 함께 스타렉스를 타고 출발했다. 점심도 거른 채 바로 젓갈 가게로 향했다. 나는 그때까지 젓갈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난생 처음 들어본 젓갈 이름들... 그리고 하나둘씩 입에 넣어주시는 맛보기들... 입안에 짠내가 퍼진다. 혀끝이 멍해진다. 모든 것이 내게는 문화충격이었다.

내가 맛보기엔 모두 짤 뿐인데 권사님들은 아니었다. 고소하다고 하시고, 달다고도 하셨다. 조개젓, 창란젓, 명란젓, 그리고 갈치젓... 한참 동안 실랑이를 하고는 박스 한 가득 젓갈을 구입했다. 사장님 낯빛이 좋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이동한 다음 장소... 포구 옆 난장 같이 늘어선 아지매들... 그곳에는 갓 잡은 새우들이 짐짝처럼 쌓여있었다.

“목사님, 이게 오젓이에요. 물건이 싱싱하죠?” 권사님이 가리키신 곳에 새우가 팔팔 뛰고 있었다. 즉석에서 소금으로 염장해주는 원터치 시스템이었다. 권사님들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양손 가득 봉지를 들고는 식당으로 향했다. 거기서 무엇을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차린 음식보다 젓갈 산 기쁨이 더 컸기 때문이다.

차에 젓갈을 싣고는 교회로 향했다. 그렇게 돌아오는 차 안은 어느새 작전본부로 변했다. “어떻게 하면 이걸 다 팔 수 있을까요?” “전도회장들한테 광고를 잘해야지.”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한마디 거들었다. “워낙 물건이 좋아서 금방 팔릴 거에요. 이렇게 고생하셨는데요.”

그렇게 5년을 다녔다. 권사님들은 힘들게 마련한 젓갈 사업비로 교회의 어려운 살림을 채우셨다. 그리고 어느 봄날, 권사님 한 분이 찾아오셨다. “목사님, 이제는 저희가 그만둬야 할 것 같아요. 3여전도회에게 사업을 넘기려고요.” “아니 계속하시지 그러세요.” “이젠 후배들을 밀어줘야죠.” “괜찮으시겠어요? 힘들게 일구어놓으신 사업인데...”

오늘 나는 다시 포구로 향한다. 젓갈의 역사를 이어받은 집사님들과 함께... 젓갈은 짜지 않다. 꿀보다 달콤하다. 그래서 난 우리 교회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