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간의 고난주간 특별새벽성회를 마쳤다. 부족한 면도 있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은혜롭게 마무리를 한 것 같다. 이번 특새는 찬송가가 소재였다. 십자가 고난과 관계된 5곡의 찬송가를 골라서 그 곡에 담긴 이야기와 작가의 삶을 조명하고자 했다.

사실 처음 설교를 구상했을 때는 힘들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랐다. 의외로 자료가 부족했고, 확보한 자료조차 확실치 않은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해외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검증작업을 했다. 작가와 관련된 사진이나 영상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리고 마지막 강단에 오르는 날, 짐을 벗는 듯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설교를 거의 마쳤다. 이제 함께 찬송을 부르면 끝... 찬송가는 158장, 서쪽 하늘 붉은 노을... 어릴 적 부흥회 때 자주 들었던 찬양이었다.

전주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내가 알던 그 찬양이 아니었다. 생전 처음 듣는 노래... 머리가 하얘졌다. 돌이킬 시간도 없이 음 이탈, 박자 이탈... 하필이면 가사가 5절까지 있었다.

어설픈 찬송을 마치고, 함께 기도를 드리고, 축도로 마쳤다. 얼굴이 뜨거워서 예배당을 급히 나왔다. 교회 앞마당에 서서 멀쩡하게 피어있는 복숭아꽃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부끄러움보다 미안함이 더 컸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성도들에게 멋쩍게 인사를 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나름 열심히 준비했고 마음을 썼건만 하필이면 맨 마지막에 무슨 망신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찬송가가 바뀌면서 곡조도 바뀌었다. 왜 그걸 확인해보지 않았을까? 몇 번을 되뇌며 자책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다. 마음속에 작은 깨달음이 생겼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설교를 잘하는 것보다 의지를 잘하는 목사가 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사실 따져보면 5일 동안 살펴본 찬송의 저자들이 그렇게 살았다. 은혜를 누렸다. 그리고 승리했다. 그걸 강단에서 나누면서도 정작 나는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배움의 값이 크다. 다신 그러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