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다. 추위가 언제였냐 싶게 천변에 벚꽃이 지천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새벽녘까지는 드문드문했다. 하지만 낮이 되고 해가 봄처럼 내리쬐니,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봉오리를 터트리고 말았다.
교회 앞마당에도 꽃이 폈다. 물론 천변 벚꽃처럼 하루아침에 핀 것은 아니다. 추위가 가시기 시작한 어느 때부터인가 텃밭 위에 한 그루 두 그루 꽃이 피어나더니 급기야 꽃밭이 되었다. 햇빛 같은 집사님들의 손길이 더하여져 마른 땅에 생기가 맺힌 것이다.
“울타리만 치면 이쁘겠어요.” 전도사님의 그 한 마디에 얼른 마트를 찾았다. 땅을 파고 꽃밭을 두르니 여기저기 삐쳐있는 돌부리가 보였다. 내친김에 돌멩이를 솎았다. 그러니 꽃밭 한가운데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나무 밑동이 보였다. 땅을 팠다. 깊이 뻗은 뿌리를 걷어냈다.
오랜 만에 땀을 흘리고 나니 마음이 개운해졌다. 사실 내 마음은 아직 겨울이고 추위 중이었다. 코로나 한파 속에 움츠러든 교회를 어떻게 깨워야 할지 깊이 고민 중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몸으로 때우는 것이면 얼마든지 하겠다. 그러나 몸이 아닌 마음으로, 그것도 교인들 모두의 마음을 모아 시작해야 하니 어렵기 그지없다.
‘주님, 교회에도 빨리 봄이 와야될 텐데요. 마음이 쉽지 않습니다.’ 거리두기 방역이 풀리면 예배도 회복해야 하고, 기도도 불붙어야 하고, 무엇보다 소그룹도 시작해야 하는데 이걸 정말 다시 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만 하면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미 많은 실수와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줄고 부담감만 커졌다.
잠시 후 마음 깊은 곳에서 세밀히 들리는 작은 음성... ‘너는 나를 믿고 따르라.’ 그렇다. 어차피 주님의 교회다. 내 교회가 아니다. 그러니 나는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이끄시는 믿고 따르면 된다. 생각보다 더디어지고 마음보다 어려워져도 결국 꽃봉오리가 터뜨려지듯 반드시 봄이 올 것이다.
‘네, 주님 따르겠습니다.’ 봄볕이 내린다. 또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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