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오늘부터 다이어트 시작할 거야. 같이 하지 그래?” 봄이 왔다. 아내가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을 보면 확실하다. 겨우내 추위를 핑계로 코로나를 핑계로 이리 먹고 저리 뒹굴던 좋은 날은 다 지났다.“나도 나지만 애들도 심해. 차라리 하려면 다 같이 해야지.” 애먼 아이들까지 끌어드렸다. 조금이라도 책임을 피하려는 얄팍한 생각... “알았어. 같이 덜 먹으면 되지.” 예지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지막 말 “되지”가 “돼지”처럼 들렸다. ‘그래, 우리가 돼지가 되었구나.’체중이 오른 덕분에 당까지 올랐다. 의사 선생님의 권고가 있었지만,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애써 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위에 비만 동지들이 많아 안심을 했다.2020년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성인 비만 인구가 전체의 38.3%가 넘었다고 한다. 이는 1년 만에 4.5%가 증가된 것이다. 이 수치도 2년 전 것이니 아마 더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배달 음식이 급증하면서 발생한 당연한 결과다.하지만 사람은 속여도 숫자는 속일 수 없다. 다 같이 체중이 늘었다 해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체중계는 평균값이 아닌 절대값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 굳게 마음을 먹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다. “난 간헐적 단식을 할게. 저녁 8시부터 금식!”생각해보면 둔해진 것은 몸무게뿐이 아니다. 우리의 영적 감각까지 달라지고 말았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예배의 자리, 기도의 자리를 게을리하면서 주저앉는 것이 습관이 돼버렸다. 같이 주저앉은 성도가 많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결국 나 홀로 말씀 앞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저녁 10시, 뱃속 깊이 견디기 힘든 허전함이 올라온다. 절제를 멀리한 죗값이라 생각하고 물을 한 컵 들이켰다. 거실에서 아이들이 재잘거린다. 힘든 것은 나 혼자가 아닌 것 같아 위로가 된다.‘절제야 다시 돋아라. 빼자. 빼자. 빼자. 한 번만 더 빼자꾸나...’밤이 길다. 그래도 아침 식사는 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