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라는 태풍이 휩쓸고 간 한 주였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온 탓에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았다. 과반수 확보를 낙관하였던 여당은 제1당의 자리마저 빼앗기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창당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신생정당은 40석에 가까운 의석수를 얻어내는 이변을 연출하였다. 한 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이번 선거는 정치학자들에게 큰 연구과제로 남게 되었다. 먼저 국민들의 표심이 여론조사결과와 너무 달랐으며, 지역주의와 세대격차를 넘어선 새로운 정치적 현상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정상적 흐름을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논객들은 각각 여러 해석과 평론을 내어 놓았다. 그러나 공통적인 의견은 ‘성난 민심’이다. 국민들을 위한 정치는 뒷전에 두고 당권장악을 위해 권력투쟁만 일삼는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가 선거를 지배했다는 것이다. ‘최선’을 택할 수 없어 ‘차선’을 선택하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차선’도 여의치 않아 ‘차악’을 택한 셈이다.

 무엇이 정치인들을 ‘공공의 적’이 되게 만들었을까? 우리는 그 대답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다름 아닌 ‘교만’과 ‘욕망’이라는 죄의 그늘 때문이다. 권력에 취해 자신을 성찰하는 것을 포기한 정치인들은 교만의 먹이가 되어버렸고, 권력을 탐하기 위해 부끄러움을 개의치 않는 욕망의 노예가 되었다.

 어느새 국민도 보이지 않고 자신도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영적인 소경이 되어 버렸다. 무서운 사실은 이들의 망가지는 모습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보다 투표로 분노를 드러내었다.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서 문득 말씀 한 구절이 떠올랐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 16:18) 정치인들의 교만은 국민들이 심판하지만, 나의 교만, 우리의 죄악은 하나님께서 심판하신다. 어쩌면 주님은 지금 우리의 거만한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시며 성난 마음을 인내하고 계실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저 두렵고 떨릴 뿐이다. 잘 해야 한다. 교만을 버려야한다. 욕망을 내려놓아야 한다. 두려움을 알아야한다. 국회도 교회도 교인도 그래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