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돋보기를 끼고 모니터를 쳐다보며 며칠 밤을 새우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교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영상작업들이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아마추어 치고는 나름 양호한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

이런저런 호평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 능력의 한계치를 아는 데다가 체력도 받쳐주지 않아 작업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인들의 웃는 모습이 떠올라 멈출 수 없었다.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자 이제부터는 편집타임... 컴퓨터에 영상파일을 옮긴다. 아뿔사!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 작동 실수로 핸드폰이 리셋이 돼버렸다. 파일이 다 날라가 버렸다. 결국 올 게 왔다. 실력의 바닥이다.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다. 성질이 나서 무작정 잠을 잤다.

눈을 떠보니 깜깜한 밤이다. “하나님, 어떻게 하죠? 이제 그만 해야 하나요?” 대답이 없으신 하나님... 잔말 말고 그냥 하라는 말씀으로 받았다. 핸드폰을 키고 처음부터 다시 설정하고 로그인하고 백업하고...

신기한 것은 생각보다 별로 화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게 뭔 시츄에이션인가 싶었다. 잠시 후 이유를 알았다. 핸드폰이 리셋되듯 내 마음이 리셋된 것이다. 사라진 것은 파일이 아니라 부담감이었다.

“그래, 다시 하면 되지. 한 날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감당 못 할 분량은 짐일 뿐이다. 짐은 던져버리는 게 맞다. 그래야 주님을 붙잡는다. 처음부터 다시... 차라리 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