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에 부임한 후 얼마 동안 이영철 장로님은 먼 길을 마다 않고 주일예배를 지키셨다. 그때만 해도 고속도로가 개통되지 않아서, 철원에서 오는 길이 멀고 고되었다. 하지만 팔순이 넘으신 장로님이 두 시간이 넘는 찻길을 달려오신 이유는 새 목사가 믿음직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교회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더하고 싶은 마음이셨다.

무릎에 힘이 빠지고, 더 이상 교회에 오기가 힘들어지셨을 때, 장로님은 매일 아침마다 교회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하셨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도하세요. 목사님을 많이 사랑하시나봐요.” 장로님의 기도는 매일 같았다고 한다. 목회 성공, 교회 부흥... 그 기도제목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마지막 뵙던 그날까지 그렇게 다짐하셨던 것이다.

성도들과 나흘간의 장례를 치렀다. 장로님은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고 계셨다. 그 모습이 따뜻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설을 앞두고 큰일을 치르게 된 권사님이 걱정되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자녀들을 위해 휴식의 시간을 선물하려는 장로님의 마지막 배려처럼 느껴졌다.

“장로님이 많이 행복하실 거예요. 소망하시던 대로 목사님께서 끝까지 함께 해주셨잖아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무겁다. 장로님과 다짐했던 마지막 약속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교회 부흥의 길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장로님의 기도를 응답하실 주님을 믿기에 다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