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는 그 문자에 답을 하지 않았다. 한번 웃고 넘기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얼마 전 같은 문자에 다른 응답을 보낸,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그분도 거의 비슷한 보이스 피싱 문자를 받았다. 아들이 엄마에게 보낸 설정만 달랐을 뿐 내용은 같았다.

“그래” “어느 은행?” “얼마나?” “엄마한테 와~” 가짜 아들이 보낸 송금요구 문자에 엄마는 이렇게 담담히 대답했다. 나처럼 아이가 앞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얼마 전 갑작스럽게 아들을 하늘로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2020년 설 명절 즈음에 아들의 사망소식을 통보받았다. 세상을 등진 아들의 휴대폰에는 금융범죄에 연루됐다는 보이스 피싱 문자와 420만원 출금 기록이 있었다. 아들을 사지로 내몬 범인을 찾기 위해 만 2년을 헤맸다. 결국 범인이 붙잡혔다. 그러나 징역 6년... 아들 목숨을 앗아간 죗값이 그것밖에 되지 않았다.

보이스 피싱으로 아들을 잃고, 다시 그 이름으로 나쁜 문자를 받은 엄마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분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그런 문자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엄마가 가짜 아들 문자에 답을 단 이유는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 이고, 그만큼 아들이 그립기 때문이었다.

물론 우리는 나쁜 문자를 보내는 사기꾼이 아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마음을 써야 하는 이유는 비슷한 듯 하다. 누군가의 마음을 보듬어주지 못한다 해도, 그 마음에 괜한 상처를 더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직도 따뜻한 말이 부족한 곳이기 때문이다.

날이 춥다. 그래도 예배당이 따뜻하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