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 비난, 무한 갈등, 돌연 결별, 그리고 극적 봉합... 인기 막장드라마 얘기가 아니다. 지난 주 있었던 제 1야당 선대위 얘기다.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극적인 사건들이 연거푸 이어졌다.

처음부터 불암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직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 인사가 야당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였다. 물론 살아있는 권력 앞에 맞섬으로 공정과 정의의 아이콘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갑작스러운 대선 행보는 너무 이른 감이 있었다. 그래서 정치경력 제로에 가까운 대선후보를 두고 당내 권력다툼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후보는 그렇다 치고 야당의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거의 추태에 가까웠다. 제 1야당으로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부를 견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익과 계산에 빠져서 진짜 정치(政治)는 잃어버렸다.

지도층이 이 모양이다. 상류층은 더하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 제대로 된 국민, 마음 따뜻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추태가 뉴스를 도배하고 있을 때, 신문 작은 기사에 할머니 한 분의 사진이 실렸다. 바로 남한산성에서 김밥장사를 하시던 박춘자 할머니였다.

지난 12월, 청와대에서 기부 나눔단체 초청행사가 있었다. 한 해 동안 이웃섬김에 최선을 다한 좋은 사람들을 칭찬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유독 빛나는 사람은 박 할머니였다. 김밥을 팔아 어렵게 모은 6억을 기부했다. 셋방을 뺀 보증금 이천만 원마저 나누었다. 그리고 지금은 작은 복지시설에서 지적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계셨다.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가 없어서 아버지와 힘든 삶을 살았다. 돈이 없어 배가 고팠다. 장사를 하고 여유가 생기니, 나 같이 어려운 일을 겪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래서 도왔다. 그게 너무 좋았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었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은 할머니의 대답, 하지만 많은 이들의 마음을 부끄럽게 했다. 대답이 아닌 질문인 것이다. 참 행복을 묻는... 잠시라도 정치인들이 이 질문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